인터폴 실버 노티스(Silver Notice)란?
‘실버 노티스(Silver Notice)’는 인터폴이 2025년부터 도입한 자산 추적 전용 통보 시스템입니다. 범죄자의 자산을 국경 너머에서 빠르게 파악하고 추적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 공조 도구로, 기존의 레드 노티스(체포 요청)와는 차별화된 목적을 가집니다.
국제 범죄가 날로 지능화되면서, 범죄 수익 역시 복잡한 금융 구조를 통해 해외로 은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 체계는 이러한 자산을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실제로 인터폴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범죄로 발생한 수익의 약 99%는 회수되지 않고 은닉된 채 방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실버 노티스는 단순히 범죄자를 쫓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돈줄’을 끊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 공조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시도로 평가되며, 자금세탁, 마약, 부패, 사이버 범죄 등 폭넓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버 노티스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실버 노티스는 다음의 네 가지 핵심 기능을 바탕으로 구성됩니다.
- 식별 (Identify): 범죄 수익이 숨겨져 있는 자산의 존재를 파악합니다.
- 위치 추적 (Locate): 자산이 실제로 존재하는 위치를 특정합니다.
- 정보 수집 (Obtain Information): 해당 자산과 관련된 명의자, 거래내역, 재산권 형태 등을 파악합니다.
- 모니터링 (Monitor): 장기적으로 감시하며 자산 이동을 추적합니다.
실버 노티스는 공개되지 않은 내부 통보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체포나 강제 조치가 포함되지 않는 ‘비강제적 조치’입니다. 즉, 상대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법적 집행이 불가능하지만, 빠르게 자산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고 국내 압수, 동결 등의 추가 조치를 유도하는 ‘사전 경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기존 공조 수단과의 차이점
실버 노티스는 기존의 레드 노티스(Red Notice)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구분됩니다.
구분 | 레드 노티스 | 실버 노티스 |
---|---|---|
목적 | 용의자 체포 요청 | 자산 위치 및 정보 파악 |
법적 성격 | 강제 조치 가능 | 비강제, 비공개 통보 |
공개 여부 | 공식 웹사이트에 일부 공개 |
일체 비공개 (내부 공유만) |
대상 | 범죄자 체포 대상 | 범죄 수익이 의심되는 자산 |
도입 시점 | 수사 후반, 체포 필요 시점 |
수사 초기 단계에서도 가능 |
이처럼 실버 노티스는 '정보 수집과 공조 요청'이라는 목적에 집중되어 있어, 각국 수사기관 간 신속한 대응과 선제적 자산 보호를 가능하게 합니다.
첫 번째 실버 노티스-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2025년 1월 10일, 실버 노티스 제도가 도입된 직후,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 마피아 조직의 고위 간부 자산에 대해 세계 최초로 실버 노티스를 발행했습니다. 해당 인물은 유럽 전역에서 불법 자금 세탁 및 마약 밀매로 수백억 원 상당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산은 스위스, 두바이, 벨기에 등에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경찰청은 인터폴을 통해 52개국에 협조를 요청하였고, 해당 자산 중 일부는 불과 수일 만에 위치가 파악되어 동결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기존의 상호법률지원(MLA) 체계보다 수 주 이상 빠른 속도로, 실버 노티스의 실효성을 입증한 사례로 기록됩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위장 회사 3곳과 고가의 부동산, 그리고 NFT 기반 디지털 자산까지 실버 노티스를 통해 파악되었으며, 이는 인터폴이 ‘디지털 금융범죄 대응’에 있어서도 실버 노티스를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파일럿 프로그램-52개국의 참여와 역할
실버 노티스는 현재 52개국이 참여 중인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2025년 11월 인터폴 총회를 통해 정식 제도화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참여국들은 각자 최대 10건의 노티스를 요청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약 400건 이상이 처리 단계에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한국, 독일, 프랑스, 일본, 브라질 등 주요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인터폴은 이를 통해 각국의 수사 방식과 법률 체계를 교차 비교하고, 실시간 대응 시스템을 테스트 중입니다. 특히 아프리카 12개국은 2025년 5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실무 워크숍을 열어, 자산 추적을 위한 공조 시스템을 공동 설계하고 실무 역량을 강화한 바 있습니다.
또한 유럽에서는 최근 국제 금융 사기 사건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실버 노티스를 활용하여,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 은닉된 자산을 3일 내로 확인한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실버 노티스가 ‘신속성’에서 기존 체계보다 얼마나 우수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장점과 기대 효과 vs 우려되는 점
장점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신속성: 기존 MLA 체계 대비 10배 이상 빠른 자산 확인 가능
- 범위 확대: 부동산, 법인, 디지털 자산(NFT, 가상화폐)까지 포함
- 수사 초기 대응: 정식 기소 전에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선제적 차단 가능
- 다자간 협력 강화: 참여국 간 실시간 네트워크 구축으로 범죄망 전체 차단 가능
하지만 다음과 같은 우려도 존재합니다.
- 남용 가능성: 정치적 목적이나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산 노티스가 악용될 우려
- 적법 절차 문제: 수사 초기 단계에서도 노티스가 발행될 수 있어 인권 침해 논란 소지
- 투명성 부족: 비공개 시스템 특성상 시민사회나 언론의 감시가 어려움
이에 따라 인터폴은 모든 실버 노티스를 사무국 중앙 검토 절차를 거치며, ‘정치적 중립 원칙(Article 3)’ 위반 여부를 엄격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실버 노티스, 국제 수사 패러다임의 전환
실버 노티스는 단순히 자산을 찾는 도구를 넘어, 국제 범죄의 '경제적 숨통'을 조이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제도입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도 자산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 조직의 활동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적법절차와 정치적 중립성 유지라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비공개·비강제적 특성상 남용 가능성에 대한 감시와 제도적 정비도 필수적입니다.
2025년 11월 인터폴 총회에서 이 제도가 정식으로 채택될 경우, 국제 수사의 판도가 바뀔 수 있으며, 향후 글로벌 범죄 대응에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